(ESSAY) – 나는 평범한 보통의 30대 남성 직장인이다.
퇴근 후에는 배달 어플을 켜고 동네를 돈다.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배달 라이더. 피곤하지만 생활비와 미래를 생각하면 그만둘 수 없다. 더군다나 결혼을 약속한 여자 친구와 앞날을 준비하려면 더 벌고, 덜 써야 한다.
그날은 성인용풍 매장으로 배달을 갔다.
닭도리탕 큰 사이즈 하나. 문을 열자 중년의 아저씨 세 분이 매장 뒷켠 사무실에서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가게 안에는 특유의 붉은 조명과 묘하게 진지한 공기가 섞여 있었다.

“요즘 젊은 친구들 참 열심히 산다.”한 아저씨가 격려와 칭찬을 던진다.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아저씨들은 한 잔 하고 가라며 소주를 권했다. 원칙상 배달 중 음주는 안 되지만, 그날은 거의 일이 끝나가던 참이라 한 잔만 받았다. 따뜻한 말과 함께 건네진 술이라 그런지 유난히 목이 부드러웠다.
술기운이 돌자 자연스럽게 젊은 시절 연애 이야기가 나왔다. 역시 남자들 모임에는 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 여자 이야기를 뺄 수 없는 것 같다.
셋 다 한때는 바람둥이, 카사노바였단다. 특히 한 아저씨가 20대 젊은시절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연상 여성과의 원나잇 이야기를 꺼내자 모두의 귀가 쫑긋 섰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속옷과 양말이 모두 세탁되어 새것처럼 개어져 있었고, 밥상에는 근사한 아침상이 차려져 있었다고 했다. 밥을 먹고 집에 가려는데 봉투 하나를 쥐여주더란다. 차비였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묘하게 현실적이면서도 영화 같은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중 성인용풍 매장 아저씨는 연애 경험이 가장 적다고 했다.
요즘은 장사도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다들 인터넷에서 주문해 버리니 동네 가게가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든다고.
다른 아저씨들이 “그래도 버텨야지”라며 등을 두드려줬다.
자리를 마치고 나가려는데,사장님이 수고했다며 콘돔 한통을 손에 쥐여줬다.
‘필업 울트라 씬 콘돔!!’.
내가 평소 가장 즐겨 쓰는 제품이었다.
괜히 웃음이 나왔다.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다음에는 여자친구랑 같이 와서 구경도 하고 하나 사가겠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배달 가방은 가벼웠지만 마음은 묘하게 묵직하고 따뜻했다.
오늘은 돈을 번 날이기도 했지만, 좋은 동네 형들이 생긴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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